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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1_Anna

새해 첫날 첫 데이트는 종로.

아침에 일어나 어머님댁에 가서 점심으로 떡국을 먹고 우린 종로로 나갔다. 다음주에 볼 빈이 돌잔치 선물 반지를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휴일이라 문 닫은 가게가 많겠지만 그래도 한 두 곳은 열었겠지 하면서 나가본 길ㅡ

우리 예상처럼 많은 귀금속 상가가 문을 닫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빈이 돌반지는 구할 수 있었다. 선물은 샀고 종로 나온김에 그동안 조금 뜸 했던 데이트를 즐기기로ㅡ 익선동 예쁜 카페에서 오랜만에 카페놀이도 하고 영화도 보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오빠랑 나는 명절에 익선동을 오는 것 같다. 문 닫고 쉬는 가게가 많은 만큼 오늘 같은 날은 어디 유명한 카페를 찾아 가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문이 열려 있어야 갈 수 있으니까. 골목이 좁아서 미리 찾아온 카페를 바로 찾아가기는 쉽지 않았고 문이 열렸나 안 열렸나도 모르니까 우선은 지도 보고 찾아는 가지만, 가면서 예쁜 카페를 우연히 찾았는데 문이 열려있다면 그냥 들어가자' 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이곳 저곳을 걷고 있었다.

문 연 카페 찾는 건 진짜 드문 일이었는데 골목을 돌고 돌다가 우연히 2층에 사람들이 창문을 등지고 사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어랏? 2층인데 창가에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 다면 저긴 분명 카페겠구나' 싶어서 찾아갔다. 그런데 오빠까 날 데려가고 싶어서 찾아온 그 카페가 바로 거기! 두둥. 운명인 것인건가.

그렇게 찾게 된 끼룩하우스. 유리와 밝은 색의 나무로 꾸며진 카페 입구가 우선은 들어가보지 않았어도 참 맘에 드는 모습이었다. 누르면 열리는 자동문인줄 알고 누르는 버튼이 어디있나 두리번 거리던 차, 우리 뒤에 서계셨던 손님이 옆으로 미는 거예요' 라고 알려주셔서 버벅거리다가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됐다. 오빠도 나도 둘다 빙구임?! 문에 다 써있는데 버튼 만 찾고 있던.. 무튼.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오른쪽으로 쫘악 진열된 빵들..!

담겨있는 모양도 예쁘고 먹음직 스러워 보이는 것이 음식이지만 동시에 인테리어 소품 이었다. 각종 빵과 함께 시선을 빼앗았던 건 예쁜 병에 담겨 라벨링이 되어있는 잼. 이름이 맛있겠잼 이란다 ㅎㅎ 귀엽기도 하지ㅡ 

예쁘고 먹고 싶은 것이 가득해도 자리가 없으면 나가야 했기에 우선은 자리가 있는지 여쭤본 뒤, 2층에 자리가 있다고 하셔서 주문을 바로 시작. 나도 모르게 확 끌려서 이거야 이거' 하고 고른 다크코코프레첼. 그리고 카운터 쇼케이스에 진열된 밀크티. 오빠는 늘 먹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먼저 올라가 3층까지 인테리어가 어떤지 카페 구경을 쓱하고 돌아온 사이 오빠도 주문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왔다. 특이하게도 2층 한켠에 창을 배경으로 한 좌식 테이블이 있었는데, 좌우가 조금 높아서 꼭 양쪽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것 같은 모양으로 바닥이 특이하게 되어 있었다. 과연 창가자리가 이 카페의 메인 포토존이며, 특징인 듯 싶었다. 3개의 테이블은 모두 사람이 차있었고 우린 벽 앞에 놓인 긴 테이블 끝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밑에 짐을 보관 할 수 있는 바구니도 있어서 의자에 가방이랑 목도리랑 같이 두지 않아도 되는게 참 좋았다. 주문한 음료를 가지고 올라온 오빠는 내가 고른 빵과 음료 외에 새해 선물을 사왔는데, 아까 보면서 진짜 귀엽다고 했던 맛있겠잼을 하나 가져왔다 :)

베이지색 주머니에 담긴 귀여운 잼. 며칠 전 인터넷으로 장을 보다가 라즈베리잼이 딸기잼보다 훨씬 비싸다리ㅡ 라고 했던 내 한마디를 기억한 울 오빠는 수제 라즈베리잼. 참 귀여운게 꼭 내스타일인 잼을 사가지고 와서 내 눈앞에 짠~ 하고 내 놓았다. 

먹기전에 사진을 마구 찍고싶은 귀욤진 비주얼. 끼룩하우스라는 이름처럼 병과 컵에 새겨져 있는 갈매기 문양. 그리고 계단 앞에 놓여있는 엽서에도 끼룩?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갈매기 캐릭터가 그려져있었다. 

얼음컵에 밀크티를 담아 프레첼과 함께 즐기는 카페놀이. 창밖으로 보이는 1층의 기와집 지붕이 참 멋스럽고 좋았다. 미리 예매해 둔 영화 시간까지 약 1시간 정도를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한번 쯤 앉아보고 싶은 좌식 테이블 자리. 우리가 카페놀이를 하는 사이 맨 끝 한 자리가 났지만 비어있는 잠깐의 사이동안 오빠랑 나 뿐만아니라 2층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모두 돌아가며 사진만 얼른 찍었다. 다들 앉아보고 싶기에 나름의 규칙도 있었고 무언의 약속도 있었던 게 아닐까ㅡ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새로운 손님들이 올라왔고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날이 따뜻한 봄 여름이라면 루프탑 카페 느낌이 물씬 드는 3층 자리도 참 좋겠지 싶었다. 2층은 딱 들어서자마자 매우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면 3층은 조금 뻥 뚤린 느낌이랄까ㅡ 다음에 오게되면 그때는 3층에 앉아봐야지. 물론 2층 좌식 테이블이 비어있다면 그것도 좋고 말이다.

그렇게 새해 첫 날 우리의 첫 데이트는 예쁜 카페에서 보낸 시간으로 행복했다. 영화를 보러 다시 내려가는 길에도 들어올 때 처럼 빵에 시선을 빼앗겼다. 다음에는 뭘 먹을까 미리 골라두는 것도 재미ㅡ 다음에는 끼룩스프레드샘플러에 담백한 빵을 골라 찍어 먹어봐야겠다.

오늘의 카페 선택은 아주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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