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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6_Anna

드디어 촬영 가는 길. 떨린다.

아침 일찍 부터 준비했는데 어느새 샵에서 3시간이 후딱 가고 머리에 메이크업에 드레스 까지 다 갈아입고 나니까 오빠도 나도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샵에서 스튜디오까지는 차로 5분도 안 될것 같은 아주 가까운 거리. 이모님의 도움으로 뒷자리에 끙차끙차 하면서 앉고 금방 도착했다.

플래너님. 이모님. 나. 오빠 이렇게 넷이서 촬영장으로 향했는데ㅡ 플래너님이 친구는 스튜디오로 바로 오냐고 물어보셨다. 

스튜디오로 촬영 시간 맞춰서 친구 민댕이 와주기로 했었는데, 민댕의 결혼준비도 도와주셨던 만큼 이름을 듣자마자 너무 반가우셨나보다ㅡ 

그 동안 여러 친구들 촬영 때 따라가서 나는 별로 한 일이 없었는데ㅡ 내가 막상 오늘 촬영을 하고 보니 친구가 와준 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안심이 되었다. 든든함과 함께 틈틈히 여러 허드렛일이 생길 때마다 마다하지 않고 도와주는 게 친구의 역할. 민댕구는 오자마자 나와 스텝분들의 음료를 챙기며 내 옆에 있어줬다. 어찌나 고맙던지ㅡ 이따 맛있는거 먹으러 가야지.

스튜디오 입구 부터 나와계시는 작가 실장님과 스텝분ㅡ 아무래도 드레스를 비롯해서 짐이 많다보니 도와주시려고 미리부터 내려와 기다리고 계셨던 듯 하다.

우리가 고른 스튜디오는 자연스러운 사진이 눈에가서 고르게 된 루체 스튜디오.

플래너 실장님이 보여주신 여러 스튜디오 중에서 오빠랑 나랑 하나씩 자세히 보면서 마음이 딱 맞았던 곳인데, 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초록초록하고 싱그러운 느낌도 나면서ㅡ 내가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 했던 '너무 빈티지한 배경 혹은 너무 화려한 연출..? 과한 멋진척과 예쁜척. 웨딩화보 보다는 캐주얼룩 커플 화보 같은 느낌에 약간은 장난 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 진지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는 딱! 오빠랑 내가 만족하는 배경의 스튜디오였다.

스튜디오에 도착해 상담실 부터 갔는데 전체적으로 촬영에 대한 설명을 듣는 과정에서 살짝 긴장이 올라온 것 같다. 

'아.. 어제 웃는 연습을 좀 할껄 그랬나..' 하고 후회해도 이미 늦은. 이미 실전이었다.

촬영설명이 간단하게 끝나고 스튜디오에서 제공하는 드레스를 추가로 한벌 고르게 되었다ㅡ 생각지 못한 횡재한 기분.

지난 5월 초ㅡ 촬영 때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드레스 샵에 2번째로 방문 했던 날. 드레스샵 원장님과 플래너 실장님과 함께 이곳 스튜디오 화보를 열심히 봐가면서 고른 드레스는 슬림 롱/ 슬림 숏 + 어깨라인 레이스/ 풍성 레이스 이렇게 3벌. 신부가 원하는 스타일에 따라서 풍성한 드레스 2벌에 슬림 1벌을 하기도 하는데 내 체형에는 풍성한 라인 보다는 슬림한 라인이 더 나아보여서 이렇게 고르게 됐다. (풍성은 입으면 먼가.. 사람이 푹 파묻힌 느낌이 든달까.. 키가 짝아서 그런가 싶었다 ㅠ) 

제공되는 드레스가 몇벌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중 4벌의 드레스를 추천 해주셨었는데 드레스 마다 스타일도 다 달라서 뭘 고르는게 좋을까 약간의 선택장애가 있었다. 이때 이모님과 플래너님의 도움! 우리가 준비해온 드레스 외에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드레스였으면 좋겠다고 골라주신 건 베이지색의 레이스가 예쁜 풍성한 스타일의 드레스였다.

그렇게 슬림 실크 롱. 슬림 레이스 숏. 풍성 화이트ㅡ 그리고 풍성 유색까지. 다 다른 스타일의 4벌의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게 됐다.

자, 이제 진짜 촬영 시작.

첫 번째로는 햇살이 가득한 큰 창을 배경으로 찍게 됐는데 빨간 튤립 부케와, 노란 안개꽃 느낌의 부케를 들고 오셔서 '어느 걸 고르시겠어요?' 라고 하시는 작가님. 음ㅡ 글쎄 뭔가 빨간 튤립이 살짝 더 끌려서 그걸 골랐더니 '어차피 노란 꽃도 다 들고 찍으실 거예요' 라고 하셨다. 노란 꽃 안들었으면 좀 섭섭할뻔. 그냥 단순히 들고 찍는 순서만 정한거라 다행이지 싶었다 :)

어색했나? 싶을 정도로 오빠 한번 보고 카메라 한번 보고 작가님이 가리키는 손끝 저쪽도 한번 보고ㅡ 이 보이게 웃었다가, 미소만 지었다가, 고개를 내렸다가, 올렸다가...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착착 그대로만 했더니 생각보다 촬영이 정말 빨리 끝난 듯.

"두 분 연습 많이 하셨어요? 너무 잘하시네요!" 라고 기분 좋게 말씀해 주시는 작가님 덕에 촬영이 즐거웠다.

한컷 한컷 찍고 나면 작가님이 틈틈히 하시는 말씀 "이모님~ 변형 부탁드려요~"

그럼 곧 이모님은 새로운 볼레로와 머리장식을 가져오셔서 내 스타일을 바꿔주시곤 했다. 촬영 보다도 중간 중간 이렇게 이모님이 날 도와주시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는 것 같았다. 좋은 이모님을 만나서 하루종일 얼마나 호강했나 모르겠다. 원래 이렇게 많은 볼레로와 머리 장식을 쓰는 건진 모르겠는데 정말 우리 이모님은 나한테 아낌없이 다 주신 듯 하다. 민댕도 옆에서 보면서 진짜 이것저것 다 입혀주신다며 다른 친구들 촬영때 보다는 조금 많은 느낌을 받은 듯했다.

첫번째로 실크 롱 드레스를 입고서 실내에서도 찍고, 오빠랑 나랑 참 예쁘다고 느꼈던 옥상 신도 찍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스튜디오에서 제공해 주시는 베이지색 풍성한 드레스를 입고 기다란 베일을 휘날리면서 촬영을 했다. 

두번째 드레스까지 촬영이 끝나고 나서 잠깐 브레이크 타임을 가졌다. 촬영 중간에 오빠가 미리 주문해 둔 간식도 먹고 음료도 마시면서 잠깐 쉬는 타임ㅡ 계속 드레스만 입고 있었다고 순간 좀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세번째 드레스를 입기 전에 이모님이 다시 핏을 잡아 주셨다. 그러고 나니 한결 남은 촬영 까지 숨쉬기가 수월했던 것 같다.

오빠와 함께 봤던 화보 속의 배경들. 너무 과하지 않게 자연광이 참 예쁜 공간이었다ㅡ 벽을 사이에 두고 이 공간과 벽 뒤에 공간이 참 다르게 생겨서 여러 컨셉의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 세트장 외에도 실제로 가서 보니 더 예뻤던 벤치 세트와 드레스룸 세트ㅡ 채플홀 느낌이 나는 문 앞에서 찍는 사진도 나중에 어떻게 나올지 참 기대가 됐다.

한창 촬영을 하고 있다 보니 3시 타임으로 다른 신랑 신부님도 오셨는데ㅡ 그래도 탈의공간과 스튜디오 별 동선이 분리되어 있어 마주치지 않고 편하게 촬영 할 수 있었다. 이모님 말씀으로는 다른 한 스튜디오에 촬영 나갔을 때 공간 분리가 잘 안되어 있어서 신부들끼리의 약간 신경전..(?)이 있었던 경험이 있으셨다고.. 아무래도 그날은 드레스 입고 서로가 각자 본인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일이 있기 쉬울 것 같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 듯 '왜 나는 저 부케 안 주셨지? 왜 나는 저렇게 베일 연출 안해주셨지?'이러면서 껄끄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ㅡ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다른 신랑 신부 눈치 볼일 없이 내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온전히 나한테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스텝분들을 잘 만난 덕이기도 한데, 계속 내 옆을 지켜준 민댕을 비롯, 공주 놀이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애 써주신 프로패셔널 이모님. 계속해서 웃겨주셔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작가님.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조금이라도 더 꾸며 달라고 이모님한테 부탁해 주신 플래너님까지 모두다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수고하셨습니다!' 멘트를 끝으로 오늘의 모든 촬영 종료.

하루종일 내 폰으로 사진을 찍었던 민댕구. 돌려준 폰에는 1000장이 넘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 작가님은 오늘 찍은 사진 중에 눈감은 사진이나 시선이 안맞는 사진들을 조금 제외하면 3~400장 정도의 사진이 나온다고 하셨는데ㅡ 2주 뒤에 원본 사진은 어떻게 나와있을 지 참 궁금하다. 무튼 오늘 촬영은 잘 마무리 되어서 다행 :)

아침 일찍 부터 움직여서 몸은 조금 피곤하더라도 좋은 분들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다.

민댕구도 고생해줘서 너무 고마우니 얼른 고기 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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