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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2_Anna

오늘은 정말이지 오랜만에 홍대에 나왔다.

오빠랑 데이트 하면서 홍대에 온게 한번인지 두번인지 잘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우린 그동안 홍대를 잘 찾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 때 미술학원 다니면서 홍대를 주말마다 오곤 했는데 그 시절이 지나고 나니 자주 찾지 않게 되는 동네가 되었다.

갑자기 홍대를 찾게 된건 어제 드레스 투어 후 카페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일은 뭐하고 놀까?' 로 주제가 넘어갈 즈음ㅡ 그동안 내가 SNS에서 캡쳐해 둔 사진을 함께 살펴 보던 중 귀여운 케이크 사진에 확 꽂혔던 이유다.

선인장 모양. 해바라기 화분 모양 등의 손바닥만한 귀염둥이 케이크가 가득 든 쇼케이스를 찍은 사진이었는데, 오빠도 나도 다이어트 중이라 원래는 달다구리 음식은 피해야 하지만 그 동안의 스트레스 였는지 특히나 식단 조절에 신경쓰고 있는 오빠가 나보다 더더 케이크 먹으러 가자며 욕심을 냈다.

몇시쯤 만날까ㅡ 시간을 잘못 맞추면 사람이 정말정말 많아서 일부러 찾아갔는데 자리도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럼 뭐 가서 다른데 가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늦잠도 좀 자고 느즈막히 만납시다 해서 2시 까지 홍대 꼬우!

지하철을 갈아타고 가다보니 오늘은 신도림역에서 우연히 같은 열차를 타고 만나게 되었다 :) 오빠가 타고 오는 2호선을 내가 딱 갈아타게 되었던 것.

미세미세하다고 휴대폰 어플에서는 방독면 표시에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날씨였지만 확실히 봄이 가까워 오는지 춥지 않고 온도는 적당한게 좋았다. 다만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 너머 풍경이 너무 뿌옇고 흐릿한건 안타까울 뿐.a

그렇게 우리는 홍대 역에 도착.

사람들을 우르르 따라 8번출구로 나가게 되었고, 휴대폰 길찾기가 알려주는 대로 골목을 돌아 돌아 디저트연구소에 도착했다.

입구부터 귀여운 케이크 모형에 시선이 갔고 골목으로 쓕 들어가보니 양쪽에 감성 돋는 벽화와 멘트도 적혀 있는데 가는 길부터 참 맘에 들었다.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카페라서 인지 들어가서도 분위기가 참 아늑하면서 독특했는데, 하얀 타일 벽과 함께 핑크핑크 한 테이블, 벽에 걸린 알록달록한 네온사인,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주문 공간 위의 나뭇잎 장식 등이 싱그러워 보이고 뭔가.. 영롱? 한 기분 까지 들었다.

그리고 당연 제일 시선을 끌었던 건 문을 열자마자 딱 정면으로 보이는 케이크들과 알록달록한 쿠키들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다행히도 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서 여기 저기 앉고 싶은 테이블이 많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주문 공간 옆으로 마련된 하얀 연구소 컨셉의 테이블이 가장 맘에 들어서 자리를 잡게 됐다.

우리가 앉고 나서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 까지 사진을 찍으며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연이어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이내 자리가 꽉 들어차게 되었다. 순.식.간.에.

디저트연구소라는 이름 답게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는 옆으로 비커와 스포이드 모양의 여러 실험 도구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고, 중학교 때 과학실험 하던 추억까지 돋는 그런 공간이었다.

곧 진동벨이 울리고 우리가 주문한 메뉴를 찾아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다다다 사진을 찍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비주얼의 예쁜 디저트 들 :)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테이블에서도 이런 모습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곳에서의 한 과정 같았다.

먹기 아깝게 귀엽게 생긴 선인장과 복숭아 케이크를 가지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이렇게 저렇게 포크도 못 갖다 대고는 꽤나 오래 구경을 했다. 그러다 결국 칼로 두 동강을 내버리고.. 그렇게 복숭아는 처참하게 피를 흘리며(상크미한 쨈을 가득 품고 있었다ㅎ) 그렇게 우리 뱃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런데 먹으면서 보니 우리 처럼 먹기 전 케이크를 앞에 두고 포토타임을 갖는 게 어떻게 보면 계산된(?) 맛있게 먹기 팁 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을 감싸고 있는 초콜렛이 처음 막 꺼내져서 왔을 땐 약간 딱딱한 느낌이 들겠지만 사진을 찍고 놀다 보면 살짝살짝 녹기 시작해 점점 부드러워지고 맛있어 졌기 때문.

오늘은 원래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아메리카노를 오빠 따라서 시켜봤는데 달다구리한 디저트와 먹기엔 아메리카노 나 티 종류가 딱이라는 건 정말 진리였다. 달다구리 한번 씁쓰름이 한번 번갈아 먹으면 아주 아주 꿀맛이었다.

오빠랑 나랑 원래 홍대 사람 많다고 별로 안 좋아 하는데 오늘의 카페는 유명 카페임에도 시간을 잘 맞춰 온 덕에 잠깐은 한 공간을 빌린 것 처럼 여유있게 실컷 커피와 케이크를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

예쁜 데서 예쁜 걸 만들어 파는 정말 예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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