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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_Anna

3월의 첫날. 날이 많이 풀렸다.

오늘은 찬찬히 진행중인 결혼준비의 2차 관문 드레스투어 & 턱시도샵을 고르러 가는 날이다. 식장을 고른 후 준비를 도와주고 계신 플래너님을 만난지 약 두달만에 다시 만나뵙고 선택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날.

앞으로도 이것저것 선택해야 할 것들이 투성이 이지만 그 전에 말해주신 전체적인 일정에 맞춰 같이 보고 상의 해보고 괜찮은걸 하나하나 골라나가면 문제 없이 끝날 거란 생각과 기대를 하고 있다 :)

오늘은 드레스 1차 투어라고 하는 샵을 고르는 첫날 이었는데 오전 11시, 12시에 하나씩 두 군데의 드레스 샵을 가고 1시 반에는 오빠의 턱시도 샵을 1군데 가보기로 했다. 턱시도 샵도 두 곳 정도 일정을 잡고 싶었지만 우선은 오늘 잡힌 1곳을 가보고 맘에 들지 않을 경우 다른 곳을 다시 알아보는 걸로 ㅡ

위치가 어디쯤일까 미리 다 찾아봤는데 드레스샵 2곳은 청담 쪽, 턱시도 샵은 학동 쪽에 있었다.

늦지않게 가려고 조금 서두른 것도 있지만 첫 번째 드레스샵에 10시 반쯤 도착하게 됐다ㅡ 일찍 가서 주시는 차도 마시고 어떤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본격적으로 하나씩 입어보게 됐다.

원래 입어보고 싶은 스타일이 확고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기왕 간김에 나한테 어떤게 어울릴지 모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이것 저것 입어보게 됐다. 내가 입고싶은 스타일은 생각보다 안어울리기도 했고ㅡ 샵 원장님, 플래너 실장님, 헬퍼 이모님, 그리고 오빠까지 다 도와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레로를 이것도 해봤다가 저것도 해봤다가. 정말 여러 사람이 오직 나만을 위해서 애를 쓰셨는데 진짜 특.별.대.우를 받았다. 다들 따뜻한 분이셨고 그렇게 나한테 뭐가 어울릴지 몇몇의 스타일을 보고 픽스를 하고 난 뒤 2번째 샵으로 이동했다.

두 샵의 위치가 가까워서 날도 좋은데 슬슬 걸어가기로ㅡ 플래너 실장님과 오빠와 날씨 얘기며 신혼여행 얘기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정확히 12시 땡! 해서 다른 드레스샵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미리 SNS를 보고 너무 예뻐보인 드레스가 하나 있었는데 그 드레스부터 첫번째 피팅 순서로 준비를 해주셨고, 그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드레스를 연이어 입어보게 됐다. 그런데 분명 사진으로 봤는데 내가 입으니까 으음.. 싶어서 결국은 추천해주시는 완전 다른 스타일까지 총 4벌을 입어봤는데 아까 입어본 첫번째 샵의 드레스가 더 아른거리고, 나를 도와주셨던 여러 스탭분들과의 분위기도 더 좋았던 것 같아서 피팅을 끝내고 나오면서 드레스샵은 1번으로 어렵지 않게 정하게 됐다ㅡ 오빠도, 플래너 실장님도 1번 샵에서의 '그 드레스'가 참 예뻤다고 :)

드레스샵은 정해졌고 플래너 실장님은 오늘 또 다른 예비신부님과의 선약이 있으셔서 드레스 투어 이후로 '다음에 만나요'를 하고 헤어지고 오빠와 나는 턱시도 샵으로 이동.

1시 반 약속인데 너무 일찍 도착한 나머지 식사시간 외출에 딱 걸리는 바람에 근처에서 쪼끔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가 일찍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게 해서 너무 죄송하다면서 안으로 안내해주셔가지고;; 괜히 죄송했다.

오빠는 평소 슈트를 잘 입지 않지만 실장님 설명을 들어보니 2벌 패키지 상품이 조건이 더 좋은 것 같아서 둘 다 무난하면서도 약간 다르게 맞추기로 결정했다.

여러가지 천을 보고, 단추도 고르고, 디자인도 고르고 드레스샵 투어 만큼 이것저것 다 달라지는 슈트 모양이 너무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상담해주신 실장님도 치수를 체크해주신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하시고 믿음직 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플래너님이 턱시도샵 일정은 한곳만 우선 알려주셨기 때문에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지만 그럴 필요 없이 딱 맘에 들어서 상담중에 플래너님께 '너무 맘에 들어요 고맙습니다~' 하고 걱정 안 하시도록 연락을 드렸다 :)

자ㅡ 그렇게 평소 잘 와보지도 않은 동네에서 해보지도 않은 일들을 후다닥 하면서 오전시간을 휙 보내고ㅡ 점심 때도 넘겨버렸네

둘다 아침부터 수고했으니 이곳 근처 맛집을 찾아 오늘 일도 얘기하고 앞으로 일도 얘기하고 이젠 데이트 일정만 남았다 싶었다.

어디를 갈까 찾고 찾았는데 학동 근처에는 SNS 인스타 감성 충만한 브런치 카페들이 종종 보였다. 그 중 요새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다이어트'에 딱 적합해 보이는 브런치 가게를 가보기로ㅡ

턱시도 샵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아 쉽게 찾을 수 있던 카페는 하얀 외관이 눈에 딱 들어온 깔끔함의 Facade in Facade이다.

아보카도가 올라간 콥샐러드와 오픈 샌드위치 사진을 여럿 봤는데 알록달록 먹음직 스러워 보여서 찾아오게 됐다.

늦은 점심시간이라 사람들이 조금 많은 편이었고 창가 쪽에 한 테이블이 남아있어 자리를 안내 받고 메뉴를 골랐다.

콥샐러드 하나, BLT샌드위치 하나, 오빠가 즐겨먹는 아메리카노(이미 여러 샵들에서 2잔이나 마셨지만. 또오...) 그리고 나는 다른 어느 카페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 생소한 이름에 끌린 피치티에이드.

전체 인테리어가 너무 깔끔했고 나무로 테이블간 공간이 분리된 형태가 참 독특했다. 인위적인 밝은 조명은 쓰지 않고 최소한의 조명과 햇빛을 이용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인지 심플한 느낌에 자칫 휑ㅡ 해 보일 수도 있는 공간인 듯 하나 그렇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깔끔하고 햐얀 인테리어와 테이블에 알록달록한 메뉴를 올려놓으니 상대적으로 음식이 참 돋보이는 곳이었다. 오빠도 나도 아보카도가 참 낯선 음식재료였는데 식감이 부들부들한게 '너가 바로 요새 핫하다는 슈퍼푸드니?'하면서 맛나게도 먹었다. BLT샌드위치는 재료가 꽉꽉 차있는만큼 한입 와앙 베어물면 못생김을 주의해야 하지만 맛있으니 용서되고ㅡ 결국에는 앞접시에 내려놓고 다 조각, 분리해서 먹게 되었지만 이러나 저러나 맛은 Good :)

평소 데이트 답지 않게 이른 시간에 만나 일정도 시작하고 선택의 순간에서 나름의 머리도 써가며 고생했을 오빠와 나. 그런만큼 오늘의 카페놀이는 뭔가 보상받는 기분으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드레스도 턱시도도 피팅도 해야되고 앞으론 이 동네에 올 일이 많아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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