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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_Anna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원래는 설 전이나 설날 아침에 가야 맞지만 부모님들과의 스케줄이 쪼끔 안맞아서 설 하루 지난 오늘 '세배'를 드리러 가기로 했다.

매번 빈손으로 오라고 하시지만 그럴 순 없고 시장에서 과일상자를 사들고 가는 길. 오빠가 힘쓰느라 고생 많이 했다.

설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이 안부 인사와 함께 덕담도 듣고 생각지 못한 아버님의 세뱃돈까지!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얼마만의 세뱃돈인지 몇살 때 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느샌가 나는 세배를 드리고 세뱃돈도 드리는 나이가 되어 있었던 것 :)

그렇게 잊고 있던 나의 옛추억을 떠오르게 해주신 아버님. 정말 너무 감사합니당ㅡ

가족과의 시간은 잠시. 내일 출근 전 마지막 연휴를 즐길시간

오랜만에 오빠 동네에 온 만큼 우리가 가끔 가던 카페에 가서 커피와 마들렌을 하나씩 할까 했는데 오늘은 문을 닫았고ㅡ 그럼 저쪽 반대편에 또 다른 카페에 가봅시다' 하고 돌아서는 길. 만약 거기도 문을 닫았다면 또 다른 카페를 찾고 찾고 하자

생각해 보니 오빠 동네에서도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가 몇 군데인지 ㅎㅎㅎ

길을 건너 반대편으로 쭉 걸어 올라는데 원래 가려던 우리가 좋아하는 익숙한 카페는 아니었지만 먼가 끌리는 카페에 빤짝 하고 불이 켜져 있었다. 이 앞으로는 자주 걸어다니지 않았는지 아니면 주변에 프랜차이즈 카페 중 하나처럼 느껴졌는지 낯설었지만 오늘은 유달리 관심이 가는 곳이라 들어가 보기로

야외 테이블 자리에 빨간 파라솔과 검은 울타리. 주변 건물과는 다르게 뭐랄까 딱 요만큼의 카페 공간만 외국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 Vienna coffee house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주문 하는 곳 옆으로 커다란 커피잔 모양의 부스가 눈에 확 들어왔다. 그곳에서 음료를 만들어 준비해 주시는 것 같았다. 카페 안이 살짝 어두운 느낌이 들었는데 너무 밝지 않은 조명에 까만 천장. 원목 느낌의 바닥 타일이 정말 오래된 외국 카페에 온 것 처럼 이색적이었다.

검정색과 빨간색은 현대적인 느낌이 들만한 색 조합이지만 따뜻한 조명과 테이블과 바닥에 있는 나무 무늬 포인트 때문인지 굉장히 클래식하게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빨간 벽돌 벽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검은 파이프도 따뜻하면서 클래식한 분위기에 한 몫 했던 것 같다. 샵 곳곳에 오스트리아에서 커피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초상화가 놓여있는 것도 이곳의 특징인 듯.

비엔나 커피 하우스 니까ㅡ 당연히 커피를. 그것도 이름 조차 복잡하고 생소한 스페셜 커피로다가 마셔줘야지 하는 생각에 아이스크림이 올라가있다는 뷔너 카페 아이스를 골랐고, 오빠는 커피는 아니지만 들어오자마자 보인 딸기 스페셜 포스터에서 시선을 빼앗겨 에르트베어 요거트 율마치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배는 엄청 불렀지만 쇼케이스에서 시선을 뺏겨 케이크 하나는 골라보자 라는 마음에 비엔나쇼콜라쿠헨 케이크도 하나 :)

메뉴를 주문하고 중앙에 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 아랫층에 자리를 잡았다.

아래 공간도 예뻤는데 빨간 쿠션 소파에 원목 느낌 바닥이 더 눈에 들어와 1층 보다 더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들었던 것 같다. 골목 안에 작은 카페가 아니라 조금 규모가 있는 공간임에도 카페가 굉장히 조용했고 곳곳에서는 노트북을 켜고 문서작업을 하거나 2~3명 정도가 모여앉아 스터디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그냥 단순히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드르륵 하고 진동벨이 울리자 오빠가 얼른 올라가 음료를 받아다 주었는데ㅡ 우리가 방문했을 때 마침 율마치노 위에 올라가는 데코레이션용 딸기가 똑 떨어진 바람에 그림과는 다르게 데코가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상큼한게 맛은 아주 좋았다. 다음에 오면 데코까지 예쁘게 받아 한번 더 먹어보고 싶었다ㅡ 내가 고른 뷔너 카페 아이스도 다른 곳에서는 못 먹어 본 것 같은 독특한 맛이었는데 아포가토 처럼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커피를 부어 먹는 느낌도 들면서 달다구리 한게 평소 바닐라라떼를 즐겨먹는 나한테는 딱! 특별한 메뉴였던 것 같다. 배가 정말 불렀지만 비엔나쇼콜라쿠헨는 어찌나 맛이 있던지 :) 위에 올라간 초콜렛 큐브가 생각보다 딱딱해서 처음엔 오잉?! 했지만 그 만큼 두껍게 초콜릿 코팅이 되어 있으니 맛이 있을 수 밖에. 꾸덕꾸덕한 브라우니의 완전 고고고농축 버전 같았다.

넓고 여유로운데 조용하고 아늑한 상반된 느낌이 너무 좋은 공간 :) 커피도 맛있고ㅡ 앞으로는 달다구리한게 땡길 때 특히 더 오고싶은 곳이 될 것 같다.

다음에는 뭘 먹어볼까ㅡ 커피 이름이 어려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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