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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1_Anna

벌써 새해. 2019라는 숫자가 낯설다.

오늘은 새해 첫 날인만큼 평소 보다는 조금 특별한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하게 된 오틀의 데이트 코스는 전시 관람이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한가람 미술관 전시소식을 오빠와 공유한 적 있는데 나는 곧 잊어버리고 있던 차에 오빠가 기억해 줘서 '오늘이닷!' 하고 가게 되었다.

오빠와 전시 관람도 처음이고, 한가람 미술관을 가는 것도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오래 되었다.

일년에 한 두번 갈까 말까했던 예술의 전당.

오빠와는 처음 가게 되었다. 그동안 너무 영화만 보고 대학로 위주로만 놀았었는가 보다ㅡ 혹시나 오빠는 이런 미술 전시 싫어하면 어떡할까 걱정도 했지만 내 취향에 늘 맞춰주는 오빠라서 고마운 마음으로 전시를 보러 가게 되었다.

마침 다양한 전시가 동시에 진행 중이었는데, 예전에 혼자 전시 보러 다닐 때라면 온 김에 두 세 개를 다 보고 갔겠지만 오늘은 오빠랑 같이 하나만 여유있게ㅡ 그 전부터 관심있게 봐두었던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전을 보기로 했다.

진행 중인 피카소 큐비즘과 에르제 : 땡땡은 다음에 다시 와서 보고 싶었다 :)

전시장에 도착하니 휴일인 만큼 사람들이 참 많았다. 평일 낮에 왔다면 여유있고 조용하게 그림을 하나하나 볼수 있어서 더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아쉬운 마음 ㅠ

이번 전시의 큰 특징은 그 전에 이 작가의 이름인 에바 알머슨은 낯설지만 그림이 매우 친숙하다는 점이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는 행복한 모습의 그림들. 게다가 알록달록한 색감까지 이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호불호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그림 같았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전시장에 아이들이 매우매우 많았다. 아무래도 동시에 전시중인 피카소의 큐비즘 보다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훨씬 쉬운 단순하고 직설적인 그림 내용 때문이었겠지..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곳은 작품이 모여있는 전시회 보다는 '체험관'처럼 작품을 대하는 아이들이 꽤나 많았고, 그 아이들을 막지 못하는 부모님들이 있었다는 것...

작품은 절대 손으로 만지면 안되고, 조형물 앞에 있는 바리케이트는 넘지 않아야 하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부모님도 몇몇 계셨다. 바닥에 그려진 관람 순서를 무시하고 마구 뛰며 소리지르는 아이들 때문에 약간은 정신이 없는 구역도 있었다는게 매우 아쉬웠다.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이는 그림들을 보며 한걸음 한걸음 가는 것에 이런 부분이 더 아쉽게 와닿지 않았나 싶다.

전체적으로 그림이 모두 '행복'해 보이고 예뻐보였다.

잘은 모르지만 에바 알머슨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거나, 적어도 행복하기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좋은 엄마 이자 좋은 아내 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가족과 강아지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을 그리는 작가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색감도 너무 예뻤고 옷과 배경의 무늬들에도 세심한 표현을 한게 참 눈에 들어왔다. 정말 행복을 그리는 화가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었다.

오빠도 그림을 보면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에바 알머슨처럼 행복한 순간들의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오빠는 나에게 그런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 주고 내가 그런 행복들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고ㅡ

혼자만으로는 하기 힘든 일을 둘이 같이 하면 더 행복하고 기쁜 날이 많이 생길거라 기대하게 되었다.


그림도 보고 마음의 행복함을 느꼈으니 이번에는 뱃속에도 행복함을 줘볼까ㅡ

예술의 전당 나온김에 오빠가 특별히 갈 수 있는 맛집을 여럿 찾아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미슐랭이라는 '칼국수'집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마침 식당은 길만 건너면 바로로 매우 가까운 곳이었고, 오늘 같이 춥고 찬바람 부는 날에는 뜨끈한 국물 메뉴가 딱이니까!

여러 종류가 많이 적혀있는 메뉴판이었지만 칼국수전문점이라고 하니 기본적인 메뉴를 하나 시키고 오빠가 특히 강조한 매생이굴전도 하나 시켰다. 방송에서 나왔는데 이집 굴전이 정말 예술이라고..!

칼국수도 종류별로 하나씩에 굴전까지 시키려는 오빠였지만 아무래도 우리 둘이 먹는 양으론 애매.. 하게 싸가기도 머할 정도로 남을 것 같아서 칼국수 하나, 굴전 하나 이렇게만 주문을 했고 우리에게는 그 정도 양이 딱이었다.

맛도 있고 메뉴 선택도 탁월했던 것 같다!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둘이서든 혼자서든 미슐랭 붙은 식당은 처음이었다.

'더 쉐프'라는 영화를 보면 미슐랭 1스타가 되기 위해 주인공인 쉐프가 정말 목숨다해 요리하는 장면과 살벌하고 깐깐하게 조사를 나온 조사관들이 일부러 포크를 떨어뜨리거나 약간의 까탈함을 부려 식당을 평가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곳도 그런건가? 하고 생각해봤지만 영화에 나온 그런 분위기와는 다른 곳이었다.

무튼 오늘은 몸도 마음도 행복하게 한 새해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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