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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9_Anna

음 오늘의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그럼에도 피카디리 극장은 극장 자체가 뭐랄까 조금 낭만적이고 좋은 곳이어서 영화 내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는게 다행이었다. 오늘은 낮부터 카페놀이도 했고 영화도 봤지만 오늘의 메인 데이트 코스가 하나 남은 상황.

바로 오늘 종로, 인사동에 온 이유인 파전에 막걸리가 남아있다.

극장을 나와 귀금속 거리를 지나 인사동까지 걸어갔는데, 여기저기 귀금속 가게를 지나다 보니 장난기가 발동했다.

'오빠 나두 나중에 막 귀금속 사주고 그럴꺼야?'

'응? 악세서리 갖고 싶어? 잘 안하잖아~'

'아니아니 지금 말고오! 귀금속 저런거 봐봐, 막 아줌마들 귀금속 목에 손에 휙 두른 그거 나도 나중에 해주꺼냐고!'

'으응? 막 목에 손에 휙 할꺼야? 으이그으 자기 나중에 하고 싶다 그럼 해줘야지이~'

오예ㅡ 말만이어도 당장 우리가 아줌마 아저씨가 되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도 그냥 좋다 :)

암튼 이래 저래 장난치고 걸어가다 보니 인사동에 다다랐고 작년 딱 이맘때쯤 왔던 우리의 맛집 '싸립문을 밀고 들어서니'에 도착하게 됐다.

여기는 정말 우연히 알게 된 보석같은 곳인데, 오빠에게 맛난 파전집 데려가겠다 큰소리 치고 인사동에 왔던 우리는 예전에 내가 다녔던 파전 가게가 없어졌는지 이사를 간건지 찾을 수 없게 되는 바람에 우연히 골목을 헤메고 다니다가 발견하게 되어 무작정 들어왔던 곳이다.

해의 마지막 날이라 그 시간에 종로를 찾은 많은 사람들은 거리에서 종소리를 들으려고 밖에 나간 상태였고, 식당에는 오빠랑 나 뿐ㅡ 우리가 유일한 손님이었다. 그래서 더 조용하니 좋았고 그 만큼 가게 인테리어도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구경하고 참 좋다면서 나중에 꼭 다시 오자고 약속했었다.

오늘은 작년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도 올해가 며칠 남은 상태여서 인지 오늘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옛친구들과 모여 연말 모임을 하는 아저씨 아줌마들도 계셨고 곳곳 테이블이 차 있었다.

그래도 인테리어는 그대로구나 역시 다시와도 좋다고 느끼면서 메뉴를 골랐다. 예전에도 너무너무 맛있게 먹었던 해물파전과 솔잎민속주, 그리고 오늘은 하나 더 오빠의 눈에 띈 대패삼겹살 두부 조림까지 둘이 먹기에는 딱 봐도 좀 과하다 싶은 메뉴를 골랐다. 그래도 뭐 연말이고 오랜만에 왔으니까 온 김에 배터지게 먹어보잣 :)

기본 반찬과 함께 솔잎 민속주를 가져다 주셨는데 향도 좋고 시원한게 추운 날이었지만 호로록 넘어가는게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파전과 두부조림이 나왔다. 역시 파전은 두툼하고 바삭한게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테이블에도 올라가 있는 인기 메뉴였고, 두부조림도 짭조롬하니 아주 맛이 있었다. 고기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한 메뉴였다.

예전에 왔을 때와 오늘의 느낌을 비교하면서 작년 생각에 취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친절한 사장님 여기저기 테이블을 둘러보며 부족한 점은 없는지 먼저 물으셨다. 그리고 두부조림을 다시 데워서 가져다 주신다고 했다ㅡ 순간 얼떨결에 아니요 지금도 괜찮은데요! 라고 했지만 데우면 더 맛있다고 하시면서 다시 조리해서 가져다 주셨는데, 역시나 뜨끈뜨끈할 때가 조금 더 맛나긴 하다.

요즘은 오빠랑 뭘 먹다 보면 특히나 오빠가 맛나게 먹는 음식이 있을 때는 더욱 더 레시피를 예상해 보곤 한다. 이 안에 뭐가 들어 갔을 까, 뭘 먼저 넣고 끓이다가 다음에 뭘 넣고 뭘 넣고 했을까 예상하는 재미가 있다. 나도 이런 비슷한 맛을 낼 수 있을까? 이건 좀 어렵겠는걸... 하며 약간의 실망감이 내 얼굴에 보이면 오빠는 어김없이 이렇게 말한다.

'자기야, 사먹으면 돼~' 라고 말이다.

뭐든 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주는 오빠. 그래도 뭐 맨날 나가서 사먹을 수는 없으니까 조금은 연습 하다 보면 언젠간 늘겠지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으니까ㅡ 나중에라도 오빠가 나의 노력하는 모습 자체를 좋게 봐주길 기대해 본다. 오빠라면 날 그렇게 대해 주겠지 :)

이런 저런 얘기와 함께 또 하나의 우리의 계획은 내년 연말에도 이 곳에 와서 꼭 솔잎 민속주와 파전을 먹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연말만 되면 정기적으로 찾는 우리의 연말 루틴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

내년에도 꼭 와서 민속주 크으~ 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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